2011년 3월 2일 수요일

2011 watch trend

‘한층 안정적이고 정돈된 행사!’ 2011년 SIHH(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를 본 소감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바젤월드와 엇비슷한 시기인 3~4월에 개최하다 2009년부터 1월로 기간을 바꾼 뒤 당시 2년 만 그렇게 할 것이라던 예고와 달리 3년째 1월에 개최하고 있는 SIHH는 이제 독립적인 워치 페어로 그 위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부터 전 세계적인 경제 공황을 겪은 2009년과 2010년에는 다소 움츠린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2011년 살롱에 참여한 19개의 브랜드는 예년보다 한층 경쾌한 모습이었다. 고급 시계 박람회라는 취지에 걸맞게 예전보다 초청 인원을 조정했다는 소리도 들렸는데 그래서 그런지 박람회장의 북적임은 가셨지만 그 열기는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글 정희경(시계 칼럼니스트)


Historic ExhibitionSIHH는 전시장 한편에 매년 특정 주제 아래 역사적인 시계 컬렉션 전시를 선보여왔다. 2010년에는 스위스의 제약회사, 호텔 등을 소유한 유명한 산도즈 가족 재단이 소유한 주옥 같은 시계 컬렉션을 전시했고, 올해에는 베이어 시계 박물관(Beyer Clock & Watch Museum)이 소유한 시계 컬렉션을 전시했다. 1640년경 만들어진 이탈리아산 모래시계부터 브레게의 N°224 포켓 크로노미터, 1938년 파텍 필립의 월드 타임 & 그랑 소네리 탁상시계, 1960년 롤렉스의 딥시 스페셜까지 시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78여 점의 유산이 전시됐다.한편 SIHH를 주관하는 리치몬트 그룹의 대표 격인 까르띠에도 ‘까르띠에, 시계 제작 이야기(Cartier, a Watchmaker’s Story)’란 주제로 2백 80여 점의 시계를 프랑스 파리에서 공수해와 전시했다. 1800년대 말부터 주얼리 브랜드로서 시계를 삽입한 목걸이나 브로치, 팔찌 등을 제작하다가 1904년 최초의 현대적인 손목시계 산토스, 뒤이어 선보인 토노, 탱크, 베누아, 팡테르, 1940~50년대의 클래식 워치, 그리고 특별 주문 제작한 컬렉션 프리베 까르띠에 파리(Collection Privee Cartier Paris), 최근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까지 까르띠에의 시계 역사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였다.

Cartier Mystery Clock  이를 만든 건 1911년부터 까르띠에를 위해 일한 모리스 쿠에(Maurice Couer)라는 젊은 천재 시계 제작자. 그는 당시 마술사인 장 유진 로버트 후딘(Jean-Eugene Robert Houdin)에게 영감을 받아 미스터리 시스템을 고안했는데 축 대신 록 크리스털 판을 핸즈처럼 이용, 이와 연결한 톱니바퀴를 아래쪽에 감춘 방식이었다. 시계는 ‘성지의 문’이란 의미의 라지 포티크(Large Portique) 미스터리 시계로 플래티넘과 골드, 록 크리스털, 오닉스, 에나멜과 로즈 컷 다이아몬드 소재로 1923~1925년에 제작됐다. 태엽을 감거나 시간 조정은 어떻게 할까? 이 역시 감춰뒀는데 시계 위에 앉아서 미소를 짓는 복신(福神)상인 빌리켄(Billiken) 아래에 조정 장치가 있다.

World Time지구의 시간대는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경도 0으로 두고 이를 기준으로 24개의 시간대로 나눈 그리니치 표준시 GMT(Greenich Mean Time)나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정한 세슘 원자의 진동수에 따른 초 길이를 기준으로 한 협정세계시 UTC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두 시간대를 동시에 보여주는 시계를 투 타임 존·듀얼 타임· GMT 시계로 부르는데, 이런 시계는 보통 GMT를 기준으로 분은 동일하고 시간만 바꾸는 방식을 채택한다. 바야흐로 해외여행이 무척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브랜드의 세계화,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의 활성화로 사람들의 네트워크도 시간에 상관없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이쯤 되면 매번 장소를 옮길 때마다 홈 타임과 로컬 타임을 맞춰야 하는 듀얼 타임 시계마저도 불편하게 느껴질 것. 그 대안이 바로 월드 타임이다. 이 기능의 시계는 듀얼 타임을 포함해 다이얼 위에 시간대를 대표하는 나라의 주요 도시(일반적으로 24개 도시)를 그대로 표기해서 여러 나라의 시간을 동시에 알 수 있다. 이미 몇 년 전에 지라르 페르고에서는 경제 도시나 쇼핑 관련 도시를 특별히 표기한 월드 타임 시계 WW.TC를 소개한 바 있는데, 올해에는 바쉐론 콘스탄틴, 까르띠에, 몽블랑 등에서 각기 개성 있는 월드 타임 워치를 소개했다. 새로 개발한 9909MC 칼리버를 탑재한 까르띠에의 ‘칼리브 드 까르띠에 멀티 타임존’은 다이얼 중앙에 해와 달로 표시하는 세컨드 타임 존과 동시에 다이얼 가장자리가 아닌 케이스 측면에 푸시버튼으로 조작하는 시티 디스크를 설치했으며, 서머타임을 실시하는 도시도 표시했다.

Vacheron Constantin Patrimony Traditionnelle World Time월드 타임은 1931년 제네바의 시계 제작자인 루이 코티에(Louis Cottier)에 의해 탄생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코티에 시스템을 도입, 1936년 30~31개국을 표시하는 시계 2개에 이어 1937~38년에는 파리의 여름·겨울 시간대를 포함한 67곳의 시간을 표시하는 6개의 탁상시계, 1940년 41개국을 표시한 4414 월드 타임, 1957년에는 최초의 손목시계 월드타임 6316을 선보였다. 올해 바쉐론 콘스탄틴은 UTC 기준에서 특정 도시는 15~30분 정도 차이가 나는 부분을 보완, 37개국의 타임 존을 보여주는 ‘패트리모니 트래디시오넬 월드 타임’을 소개했다. 특허받은 칼리버 2460WT는  40시간 파워 리저브되는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장착했고, 월드 타임 조정은 6시 방향의 3각형 위치에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옮겨 놓으면 된다. 검은 글씨는 풀타임 존, 빨간색 글씨는 쿼터 아워존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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